불혹의 나이에 멀리 부산에서 결혼을 한다는 대학 동기가 있어 일요일 당일치기로 다녀 왔습니다. KTX라는 놈을 타니 왔다 갔다 여섯 시간도 걸리지 않더군요. 기차 안에서 뭘 할까 잠깐 생각하다가, 지난 주 세미나에서 얻어 온 책 한 권을 가방에 집어 넣었습니다. 오가며 다 읽고, 마지막에는 시간이 좀 남아 생각을 정리해 봤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요? 지난 주 세미나를 듣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봅니다. 책을 읽고 나니 많이 아쉽네요.
진수 테리라는 분이 '펀경영'이라는 열쇳말에 걸맞는 멋진 회사를 크게 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여러 사례를 펀경영이라는 것으로 포장, 정리해 보여 주는 것이더군요. 실제 진수 테리씨가 하는 것은 AGC라는 회사를 만들어 펀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는 것인데, 이게 검증된 것은 아직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러 좋은 이야기들을 펀경영이라는 것으로 묶어 정리해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뭔가 펀경영만의 unique한 것이 부족합니다. 어쩌면, 저자가 내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은 편'경영'이라기보다 '펀'하게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워요.
몇몇 와 닿는 구절이 있습니다.
"진수야, 너는 실패자가 아니야. 그리고 지금의 시련은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지. 이 돈을 가지고 가서 박사 과정에 등록해. 네가 여자라서 석사로도 안 된다면 박사까지 해 보자."
그런데 정작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 회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경영자들은 대답이 궁색해진다. ... 리더는 아랫사람을 통제하고 평가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일을 하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사람, 즉 치어리더가 되어야 한다.
쓸데없는 권위와 위계질서, 형식적인 호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게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어라. 평평한 회사가 펀한 회사다.
유능한 리더는 인재를 찾으러 멀리 돌아다니지 않는다. 자기 그늘 밑에 있는 직원들을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 진짜 유능한 리더다.
집안의 모든 고민은 회사로 가져오게 하라.
성공적인 인생이란 언제 어느 순간에 멈추어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삶이다. ...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나중에 회사가 잘 되고 돈을 많이 벌면 더 잘해줄 테니, 당분간은 참고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늘 스트레스와 긴장, 아니면 인내와 끈기의 연속이어야 한다면, 그것은 누구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우리는 생의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