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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공연등

지킬박수, 정태춘 박은옥 30주년 기념 공연에 가다

by 지킬박수 2009. 11. 6.
더 늦기 전에,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리기 전에 몇 자 적어 두는 게 좋겠다.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10월의 마지막 밤에 정태춘 박은옥 30주년 기념 공연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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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며칠 후 확인해 보니 이미 전 공연 예매 끝, 그래서 포기.
또 며칠 후 너무 일찍 매진되는 바람에 토요일 저녁 8시 공연이 하나 추가되었다는 소식.
바로 확인 들어갔고, 앞쪽 두번째 줄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다.

올레~ 바로 예매.

7시 좀 넘어 공연장에 도착해 이곳저곳 둘러 보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정태춘씨다. 앞 공연을 마치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마당에 나온 모양.
사람들이 사진 한 장 찍자고 달려 들고, 악수라도 하려고 모여 들고.
아래는 어떤 이들과 사진 찍는 것을 나도 한 장 꼽사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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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이다. 여러 노래들 다 좋다.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박은옥씨가 부른 "서울의 달"
http://blog.naver.com/imumu?Redirect=Log&logNo=100058176021
정말 하마터면 울 뻔 했다. 애절한 목소리.

결국 이어지는 노래에서는 펑펑 울고 말았다. "우리들의 죽음"

공연을 촬영할 수 없다고 해 사진은 찍지 못하고 겨우 끝날 무렵 한 장. 너무 흐릿하게 겨우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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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알 만 한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온 모양이다.
우선, 정태춘씨의 구순 어머니와 가족들이 와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어머니.
정태춘 씨는 "늘 불편하고 힘든 노래만 불러서 죄송하다"고 한다.
도종환 시인도 와 있다. 몇 더 있었는데 생각은 나지 않는군. 역시 기억력의 한계.

국회의원 신기남씨, 서갑원씨도 있더라. 하지만, 정태춘씨가 중간에 소개하는 리스트에는 끼지
못하고. 솔직히 좀 쌩통이다 싶기도 하다.

김제동씨는 완전히 찍히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번 공연 첫 회에 왔단다.
처음이라 좀 어색한 공연 분위기였는데, 중간에 김제동씨가 무대에 올라와 분위기를 확
띄워 놓았다고.

중간에 정태춘씨 사인이 들어간 공연 해설집을 선물로 주는데 방식이 참 재밌다.
공연마다 여러 방식을 바꿔가며 하고 있단다.
가령, 정태춘 보러 온 게 아니고 오로지 박은옥 보러 온 사람에 준다든지.

그 전날에는 아이, 남편을 모두 집에 두고 혼자 온 아줌마에게 줬단다.
해당되는 사람이 여럿이었는데, 공연 보러 온 문성근씨가 두고 온 아이가 가장 어린 사람
주자고 제안. 결국, 13개월된 갓난 아이를 두고 온 아줌마 차지.

내가 본 공연에서는 고3 수험생을 두고 온 아줌마에게 주기로 했다.
이곳저곳 여러 사람이 손을 번쩍.
결국 해설집을 받아간 아줌마는 고3 수험생뿐 아니라 재수생까지 있는 분.
오늘이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라 남편과 함께 왔단다.

때마침 그날은 비도 조금 내렸고, 공연도 좋았고, 그래서 내 자신이 아주 조금은 깨끗해진
느낌이다. 이런 느낌으로 내 삶이 더 진지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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