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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하며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

by 지킬박수 2010. 10. 31.
별 정리 없이 쭉 올려 봅니다. 간단히 몇 자 적어서.

용산에서 남원으로 금요일 새벽에 이동. 대학 동기 한 놈과 함께.


남원 도착. 남원역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


주천부터 출발할 작정으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택시는 할증 적용. 3600원.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가야 주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함.
택시 기사  아저씨는 돈 좀 더 내고 바로 주천 가라고 꼬시는데..  대중교통 이용하기로 결정.
시간이 좀 남아 김밥집에서 점심 해결하고 12시 4분차에 오르다.


주천까지는 무척 가까운 거리. 20분 정도.
자! 이제  출발이다. 1박2일에서 다녀간 후 현수막이 붙었다.
주천-운봉 코스, 6시간이 걸린단다.


출발을 알리는 이정표.


조금 걷다 보니 오르막이 나온다. 첫 번째  고비.


한 시간쯤 걸려 오르막의 끝자락인 구룡치 도착. 같이 간  친구 녀석의 모습 한 컷.


이제는 평지다. 고도는 600미터 정도는 되는 듯. 길게 평지가.


어느 마을 앞에서  만난 큰 나무 한 그루. 멋지다.


이제 좀 쉬자. 운봉까지는 7킬로가 남았다.


중간중간 쉼터가 있다. 이제 쉬어 갈 때도 됐지. 두 시간 넘게 쭉 걸어 왔으니.
막걸리 한 잔 나누자! 이곳 지방에만 있는 것 같은 운봉 허브잎술.
첫 잔 죽인다. 땀을 흘린 탓인지 쭈욱~
하지만 너무 달아서인지 많이는 못 마실 것 같다.


덕산 저수지다. 세상 참 좁다. 이 옆을 지나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 중 아는 얼굴을 발견.
일단은 반갑다. 전에 우리 회사를 다니던 직원이다. 지금은 다른 곳에.
회사 워크샵을 왔단다. 그렇게 스치듯 가볍게 인사하고 각자 가던 길로.


그냥 멋진 나무들.


드디어 운봉에 도착. 다리가 무척 아프다. 네 시간 반쯤 걸렸다.
좀 더 가 볼까? 아니, 무리다. 이곳에 눌러 앉기로 하자.
마을을 둘러 보는데, 을씨년스럽다. 전혀 번화함과는 거리가 멀다.

금성 민박에 짐을 풀고, 이 민박에서 운영하는 금성 식당에서 저녁 해결.
흑돼지 삼겹살 기름에 불이 붙어 하마터면 식당을 홀라당 태울(?) 뻔.


이제 둘째 날이다. 운봉-인월 구간 걷기 시작.


1박2일에서는 이승기가 걸었나 보다. 광고를 위해 붙여 놓은 촌스런 종이들.
이승기는 뙤약볕 아래 걸었지만, 우리는 시원한, 아니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황산대첩비.
잠깐 계백이 장렬해 전사한 황산벌 싸움과 헷갈린다. 대첩비 가 보니 이성계와 관련된 기념비.


송흥록, 동편제의 시조란다.


흥부골 자연 휴양림. 단풍이 멋져 한 장.


세 시간쯤 걸려 인봉에 거의 다다랐는데.. 월평마을 (달오름마을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에 낙서를 할 수 있는 벽이 있다.
그래서, 성의를 가상히 여겨 짧게 두 줄  남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벽에 쓰인  내용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까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갈 테고, 따라서 가끔 깨끗하게 지워 다음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겠지.


인월에서 찍은 나무들.


인월에 있는 안내 센터에 들렀다. 나도 분명 이번 여행에 함께 했음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샷.


바로 인월-금계를 향해 출발할까 했는데, 안내센터 사람 말이 중간에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단다.
물론, 나중에 걸으면서 보니 쉼터가 여럿이라  딱히 맞는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좀 이른 점심을 먹는다.
어탕국수란다. 맛? 그럭저럭 괜찮다.


중간에 갈래길이 나온다. 황매암을 거치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
잠깐 고민 끝에 그래도 한 군데라도 더 들르자 싶다. 그래서 황매암 거치는 길 선택.
지도상 거리가 짧아 보인 것도 고려.
하지만.. 완전 실패. 완전히 산 하나를 타고 넘는 괴로움.
그나마 황매암에서 빈 물통을 채운 것으로 위안을 삼자.


황매암을 지나서.. 단풍도 보이고 감나무도 보이고.


장항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 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자! 이제 좀 쉬자. 동동주에 부침개 하나.
담배를 피우는 친구 녀석은 옆 자리 아줌마들에게 한 소리 듣고.
대신 귤 두 개 얻어 맛있게 먹고.


오늘 등구재를 넘어야 한다. 그래서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
아뿔사, 앞서 가는 두 아저씨 뒷모습이 낯익다.
살펴 보니 대학 다닐 때 우리 과 교수, 그리고 우리 과 졸업하고 나중에  우리 과 교수가 된 선배다.
아는 체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치기로 결정.
반대 방향에서 오는 것이라면  부담 없이 인사 나누겠지만, 같은 방향이라니..
만에하나 함께 가게 되는 상황이라도 된다면? 그건 썩 유쾌하지 않다.

매동마을 가는 길에  솔방울을 달아 놓은 매마른 나무들을 봤다. 무슨 뜻일까?


등구재 가는 길, 멀다. 오르면서 찍어 본 아래쪽 모습. 저 멀리 구름에 가려 있는 곳에 천왕봉이 있단다.


등구재 본격 오르기 위한 입구쯤 되나 보다. 나중에 보니 거리가 조금 되긴 하던데.


오를수록 아래 마을들은 멀어진다.


상황마을 근처다. 강호동, 은지원이 이곳에 묵었던 모양이다.


드디어 등구재.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 이제 경상도 땅이다.


창원마을에 있는 민박집 도착. 토요일이고 1박2일 방송 후 찾는 사람이 많아 방 구하기 쉽지 않단다.
주인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우리는 무척 운이 좋은 경우라고.
그렇게 믿기로 하자.

이 마을에는 둘레길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단다. 그래서, 원래 둘레길 코스가 바뀌었고, 그 탓에 동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에 이르는 길이 꽤 돌아간다. 날은 어두워지고 발은 무겁고.. 결국 랜턴까지 동원하고
민박집 아저씨와 여러 번 통화 끝에 겨우 도착.

이제 저녁을 먹자. 소주 한 잔이 빠질 수 없지. 얼큰하게 취한다.
옆방에 묵게 된 대구에서 온 가족.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 쌍둥이.
우리들 술자리가 부러웠던지 슬쩍 거실로 나오고..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어울려 한 잔 더 기울이고.


금계-동강, 동강-수철까지 모두 마치고 싶었지만, 같이 간 녀석이 월요일 출근을 간절히 원한다.
그래서, 이번 발걸음은 금계에서 멈추기로 결정.
셋 째날 아침은 빗속에서 시작. 사실 비는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주섬주섬, 빗속을 뚫고 마지막 금계를 향해 출발이다.



멀리 지리산 자락이 구름 속에 쌓여 있다.


금계 도착. 다시 인월을 거쳐 남원으로. 거기서 광한루 구경한 다음 서울로 돌아가기로 한다.
친구 녀석이 서울 촌놈이라 광한루를 가 본적이 없단다.


금계에서 인월까지 직행 버스로 20분.
겨우 20분만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를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힘들여 걸었다니.. 묘한 기분이다.

남원 가는 버스 안에서, 저 멀리 둘레꾼들의 행렬이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한루까지는 2킬로 정도. 또 걷자.
스마트폰에 내장된 네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해 쉽게 도착. 친구 녀석이 표를 끊는다.


고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때 친구들과 함께 왔던 기억이 있다. 25년쯤 전인가?
참 잘 꾸며 놓았다. 나무도 예쁘고 꽃도 좋고.

둘러 보다가 먼발치에서 또 아는 사람 발견. 이렇게나 세상이 좁은 것인가?
대학 다닐 때 야학 함께 했던 선배다. 형수와 아이 둘과 함께 광한루를 거닐고 있다.
저들의 행복에 끼어 드는 것 같아 이번에도 그냥 스쳐 지나치기로 한다.


이제 마지막 식사. 내 점심은 추어탕으로.


일요일 오후 입석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넘쳐나는 사람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숨이 탁 막힌다. 이제 다시 일상이라니..
그렇게 사흘이라는 시간이 다 흘러가 버렸다니..

과연, 내년 봄에는 금계-동강, 동강-수철 구간을 마저 걸을 수 있을까?
가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일까?

끝으로, 나에게는 나름 강행군을 버텨 낸 허리와 왼쪽 뒤꿈치에게 고마움을..
올 겨울 다 나아서 내년에는 더 편하게 길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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