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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하며

불량 남편 길들이기

by 지킬박수 2008. 8. 25.
SBS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인 모양이다. 제목이 '워킹맘'이란다. 일요일에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우연히 두 회 재방송을 봤다. 재미있다. 그리고 맘이 짠하다. 분명 코메디인데, 몇몇 대사가 가슴을 후벼 판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된 것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본 두 회에서는 두 사람이 이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염정아가 불량 남편 봉태규에게 던지는 말들이 남 일 같지가 않다.

"아이 가져서 입덧 할 때 먹고 싶은 거 사다 준 적 있어? 어려운 것도 아니었어. 여름에 팥빙수, 겨울에 군고구마, 한 번도 사다 준 적 없지?"

"애들이 아파서 열이 펄펄 끓어도 옆에서 잠만 잘 자더라."

그리고, 이혼 후 염정아가 아파서 회사를 하루 쉰다는 말을 전해 들은 봉태규 왈,

"그 사람 6년 동안 결혼 생활 하면서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는데... 이상하다."

이를 들은 다른 이의 한 마디,

"야 임마, 어떻게 사람이 6년 동안 한 번도 안 아플 수가 있냐? 안 아픈 척 한 거겠지."

봉태규가 나중에 혼자 중얼거린다.

"내가 그랬나? 기억이 없네. 진짜 그랬다면 난 참 나쁜 놈이네."

돌아 보면, 나 또한 불량 남편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럴 거라는 위안 아닌 위안을 하면서 사는 거지. 편안한 일요일, 쿠션에 몸을 기대고 본 코메디 드라마에서 난 조금은 코끝이 찡하고, 조금은 미안하고, 그리고 부끄러운 그런 맘이 들었다.

앞으로라도 잘 하자! 불행하게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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