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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삶

메신저 속 사람들

by 지킬박수 200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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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에 등록한 사람 주소를 절대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회사 내 팀별로, 여러 기준별로 나눠 두는데, 그중 하나가 지금 회사를 그만 둔 사람들이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닌 게 5년 째, 내 메신저에 팀별로 구분되어 있다가 퇴직자 그룹으로 옮겨진 사람 수는 오늘 보니 58명.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다. 회사가 커지면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떠난 사람들.

가끔 메신저 아이디를 보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늠해 보는데, 어떤 때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괴로움이 묻어나 안타깝기도.

이민을 가겠다는 어떤 친구는 그 꿈을 이루게 된 모양이다. 7월이면 간다는 메신저 아이디 내용. 좋은 일이다. 형편이 된다면 살기 힘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떠나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겠지. 나야 힘들어도 이곳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아이디를 바꾸는 법이 거의 없던 녀석이 최근 심각한 내용을 적어 놓았다. 회사에서 추진하던 게 잘 안되어서 복잡하다더니, 이 녀석도 여러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뭐, 해 줄 말은 없다. 기회가 된다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사정 이야기를 들어 주는 거지. 힘은 되지 못해도 위안이라도 되면 다행.

곧 회사를 떠날 친구들도 몇 있다. 과연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녀석들이 부족한 탓일까? 한 번 잘 살아보겠다는 아이디를 보면 나름 의지를 다지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이는 새로운 세계로 간다고 적어 놓았고. 희망이 있는 게다. 다들 그렇게 자기 앞가림을 하는 거지.

영영 로그인하지 않는 사람들. 아마도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면서 아이디를 바꾸었겠지. 쭉 훑어 보다 보면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 회사를 그만 두고 단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는 매정한 녀석도 있고. 늘 로그인한 사람들은 그래도 이 하늘 아래 어디선가 밥벌이를 하고 있는 거지. 비록 서로 말을 붙이지는 않지만.

갑자기 클론의 '꿍따리샤바라'가 생각난다.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땐 하던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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