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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하며

공포 체험

by 지킬박수 2018. 4. 11.


폐소 공포라는 말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그것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새 곳으로 이사한지 두 주째.

어젯밤 늦게 갑자기 현관 도어락이 고장났다.

밖에서 안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안에서도 안 열림.

식구 중 세 명은 집 안에, 한 명은 문 밖에. ㅋ


새로 이사한 곳은 39층이고, 주상복합이라 베란다도 없다.

문득 이 상황에서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쓸데 없는 상상.

도망갈 곳이 없다. 베란다로 숨을 수도, 밖으로 뛰어내릴 수도 없음.

가능성이 낮은 위험에도 심장이 마구 뛴다.


다행히 늦은 시간임에도 AS에 전화해 수리 기사가 도착.

도어락을 고칠 수 없어 완전히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

잠금 장치의 기계적인 부분에 고장이 나 수리는 불가능하다고.

비용은 무려 30만원.


늦은 밤,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 날이 밝았고.. 하지만 공포(?)는 끝이 아니다.


임대인에게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화를 심하게 낸다.

이사 들어올 때 멀쩡했는데, 왜 고장이 났냐?

미리 말도 하지 않고 왜 마음대로 바꿨냐?

관리실에 이야기하면 수리해 주는 거 아니냐?

안에서 열리지 않았다는데 믿을 수 없다.

고장난 것을 왜 버렸냐? 갖고 있다 반환해야 한다.

너무 비싸다. 등등.


임대인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고, 사람들이 안에 갖힌 상태였는데..

관리실에 이야기했으나 못 고친다 해서, AS 부른 것인데.

고장이라는 게 이사 할 때 딱 맞춰 나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이야기를 해도 듣고 싶지 않은가 보다.



"전세 도어락 교체" 이렇게 구글링해 보았다.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좀 이상한 건 어떤 글은 임대인 입장에 가까운 댓글이 주루룩,

또 다른 글에는 임차인 입장에 가까운 댓글이 주루룩.


내 입장이 있어서인지 임차인 입장의 댓글들이 반갑다.

도어락은 전세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므로 임대인이 비용 내야 한다는.

자잘한 소모품이야 임차인이 내는 것이지만,

도어락이나 보일러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게 맞지 않을까?


어쨌든 내가 놓친 부분도 있다.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어 본다.

고장난 거라도 버리지 말고 보관할 것.

조치 전 반드시 임대인에 알릴 것. 이를 위해 전세 계약 시 연락처 확보.

물론 이런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까닭은,

내 스스로 평정심, 평온함을 얻기 위해서다.

대범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소심하면 사는 게 힘든데.


강해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 앞에서는 두 눈 부릅뜨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려면,

그러면서 최소한 죽지 않고 버텨내려면.


점심 시간에 좀 걸었더니 아주 살짝 기분이 나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틀림 없이 더 나아질 거다.

까짓 30만원, 못 받아도 그만 아닌가.

술 한 잔 찐하게 마신 셈 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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