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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하며

비겁함에 대하여

by 지킬박수 2015. 4. 16.

4월 16일이다.


작년 오늘 사고 후 지금까지 관련 기사나 동영상이나 뭐나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 일부러 피했다.

가끔 피하지 못해 언뜻 스치기만 해도 울컥하는데,

그걸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나 싶어서.


비겁한 거다.


두 아이가 내 옆에 건강하게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다 커버렸지만, 편안하게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심이다.


큰 아이가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대학 생활에서도 여러 부조리가 있다.

선배들의 얼차려, 교수들의 방관(?), 신입생들의 어정쩡함.

심하게는 다친 아이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내 아이가 아님에 그저 안도한다.

부조리에 맞서 싸우라 하지도, 함께 싸우자 나서지도 못한 채.

그저 비겁하게 피할 뿐이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역량을 키워 값비싸고 중요한 직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소진되어 값싸고 아무데나 굴려도

군말 없이 버텨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생각을 갖고, 주장하면서, 싸우면서,

그러면서 성장해 나가질 못한 거다.

비겁하게 그때그때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죽은 거다.


나의 '욕구'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이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한답시고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른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코앞인데 말이다.


그래, 비겁함을 인정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자기 합리화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낫게, 노력하자.


오늘 아침은 이렇게 뭐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꿀꿀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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