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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삶

사면초과

by 지킬박수 2010. 8. 2.
MM (man month) 기반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이 있다.
가령, 네 명이서 다섯 달 일해야 하는 분량이라고 치자. 이 경우 MM은 4 * 5 = 20이 된다.

원론적인 부분부터 따져 보자.

1MM이라고 할 때 한 사람이 한 달 일해서 할 수 있는 개발 업무량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달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주5일제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정도.
이게 적절한 계산법일 터다.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 더 짦은 시간에 주어진 업무를 마칠 수도,
반대로 야근, 주말 근무 등을 통해 보충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소위 '갑'사의 주장은 무엇일까?

이런 원론적인 셈법에 동의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다섯 달 동안 일을 하기 위해 네 명을 확보했다고 한다면, 이 인력을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 내는 데 집중한다. 이 사람들이 적절히 일하고, 주말에는 쉬고 충전하고,
일과 시간 넘어서는 자기 삶을 갖는 것, 권장하지도 허용하지도 않는다.

계획했던 것보다 개발량이 작은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이는 흔하지 않다.
보통은 개발량을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게다가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추가 사항들이 더해지는 탓에
하루 8시간 근무에 주5일 일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을'사 내부 상황은 어떨까?

회사는 20MM 짜리 프로젝트에 20MM을 투입할 만 한 형편이 되질 않는다.
게다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욕심이 있다면 애초에 20MM을 투입할 생각도 없다.
계약한 것보다는 적게 운영해야 그만큼 더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외적으로 내적으로 참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고객사에서는 계약한 MM대로 개발을 진행하라고 닥달해 대고,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와 상관 없이 MM을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해 두고 두고
욕을 먹는다.

회사 안에서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한다. 계약보다 실행은 줄여 진행하라는 압박을 받고
동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래저래 나쁜 놈이 되어 가는 것이다. 누구한테도 떳떳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털어 놓고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그저 속으로 삭이거나 술로 잊어 보려 애쓰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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