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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하며

진성식품

by 지킬박수 2009. 7. 13.
진성식품은 설렁탕 회사다. 설렁탕을 만들려면 고기가 필요한 거고.
장 사장은 가장 좋은 품질의 고기를 고집한다.
하지만, 박 이사는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며 고기 질을 낮춘다. 손해 볼 수는 없으니까.

회사를 꾸려 나가는 방식도 다르다.

장 사장은 회사를 크게 키우겠다는 야심은 없다.
그저 맛있는 설렁탕을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키고, 직원 복지에도 힘을 쏟고 싶고.
반면, 박 이사는 회사를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젊은 때부터 회사를 함께 꾸려 왔고, 그래서 이제는 크게 만들어 보고 싶다.

이런 대립이 회사 공금 횡령이라는 불법 수단 동원,
그에 이어지는 대표이사 해임안 처리를 위한 임시 주총 소집이라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 이야기다.

쌩뚱맞을 수도 있지만,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은 심각한 생각을 해 봤다.
박 이사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
우리 사는 꼬라지가 사실은 장 사장보다는 박 이사에 가깝기에.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느긋하게 천천히 나아가는 것을 허용하질 않는다.
두발 자전거처럼 속도를 내지 않으면 쓰러지고 만다.
이것도 핑계일 수 있겠지만.

조그만 회사, 코스닥을 향해 달린다.
실적을 내야 한다. 해마다 성장해야 하고 매출은 늘려야 하고 이익은 많이 남겨야 한다.
그래야 코스닥에 좋은 값으로 올릴 수 있으니까.
그 성과는 누가 챙기나? 글쎄.
성장 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가 나눠 갖는 게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렇게 급하게 오르려 하지 말고 천천히 주위를 돌아 보며 그렇게 가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겠지?
난 그걸 인정하지 못해 쓸데 없이 괴로워하는 것일 테고.

그나저나 '찬란한 유산'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까?
어쩌면, 주말마다 VOD로 되돌려 보면서 실실 웃고, 눈물 찔끔거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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