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끼고생각하며

어젯밤 있었던 일

by 지킬박수 2008. 11. 27.
내 나이 마흔, 문득 생각해 보니 부모님 결혼하신 지 40년이 되었겠구나 싶었다. 아웃룩에 등록해 둔 일정 살펴 보니, 이번 월요일인가 보다. 정확하지는 않았다. 음력으로 언제라는 말씀을 오래 전 들었던 것 같고, 그걸 그저 아웃룩에 적어 둔 것이니. 어쨌든 이 무렵인 것은 맞다.

그래서, 어제는 가족 모임(?)을 소집했다. 그래 봐야 부모님과 두 아이까지 모두 여섯 명, 함께 살고 있는 식구가 전부지만. 나름 맛있는 집을 골라 함께 몰려 가서 배터지게 먹었다. 지금까지도 속이 안 좋다. 모처럼 과식을 했더니 위장이 힘이 든가 보다. 어쨌든 평소와 달리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씀도 드리고, 죄송하다고, 앞으로는 더 잘 하겠다고 나름 노력.

불황이 맞나? 음식점에 사람이 넘쳐난다. 내 기준으로는 꽤 비싼, 그래서 크게 맘 먹지 않으면 가 볼 수 없는 곳인데,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어쩌면, 더 비싼 곳에서 먹던 사람들이 조금 싼 이곳으로 내려온 것일까?



가족 모임에 가기 전 고등학교 친구 녀석한테 모처럼 메신저 연락이 왔다. 요새 도대체 얼마나 바쁜 건지 코빼기도 볼 수 없는 놈인데, 어쩐 일로 저녁에 시간이 된단다. 가족 모임을 마치고 만날까 싶어 일단 긍정 답을 해 두었다.

가족 모임 가는 길, 이 녀석한테 문자가 왔다. 불가능해졌단다. 고객사 직원한테 온 문자라며 나한테 전달해 준 것을 보니,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오늘 저녁 약속 없으시면 술이나 한 잔 하시죠. 그냥 심심해서."

뭐 대충 이렇다. 아무 관계 없는 사람에게 온 문자라면 무시하겠지만, 고객사라면 보통 술값 내 달라는 이야기다. 이런 썩을 놈. 어쨌든 이런 문자를 무시할 수 있는 통 큰 사람은 없고, 결국 내 친구 녀석은 마치 저녁 약속이 없었던 양 그 고객사 사람에게로. 아이구, 사는 게 뭔지. 억울하면 '갑' 하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가족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서는 느긋하게 TV를 본다. 그런데, 회사 직원 하나가 전화를 했군. 술 한 잔 하면 가끔 전화를 하는 녀석인데, 어제는 꽤 이른 시간이라 그런 것 같지 않아 받았다. 그 전날 회사에서 철야 하고 그리고 하루 종일 일하고 이제 집에 가는 길이란다. 목소리에 술냄새가 배어 있는 걸 보니 간단히(?) 한 잔 한 모양이다.

본인은 절대 취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소통은 쉽지 않은 상태. 어쨌든 중요한 건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라는 것. 개발자의 삶이라는 게 참... 어찌 보면 그런 상황에 몰아 넣은 것에 일부 책임을 느껴야 하는 상황. 전화를 하면서 짠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서도 소통은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오늘은 아마도 집에서 쉬나 보다.

복잡하다. 삶이라는 게.


댓글